한껏 뜨거운 8월 어느 주말에 이 편지를 씁니다. 팬데믹이 다시 기승을 떨치고 있어서인지 온몸을 휘감는 열기와 습기가 유난히 무겁게 느껴집니다. 작년 초 시작된 전례 없는 팬데믹의 시간 속에서 미술관들은 참 고군분투했습니다. 다른 사회 구성원들 못지 않게 미술관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어려움을 겪었고 그러한 가운데서도 미술관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지요. 그런데도 절박한 사회적 위기 속에서 미술관은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였고, 미술관의 근본이 되는 여러 활동들이 부정당하기도 했습니다. 누군가는 온라인 미술관이 정답인 것처럼 종용했으며, 또 누군가는 이제 전시를 보러 발걸음하는 미술관은 아예 없어질 것이라고 단정 짓기도 했습니다. 재난의 시대에 지친 마음들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것이 예술이라고들 하는데, 정작 그 예술을 위해 일하는 미술관 사람들의 마음에는 많은 생채기가 났습니다.
저는 그 상처들을 들여다보면서 동시에 우리는 미술관으로서 보다 다양한 이들에게 다가가고자 충분한 노력을 기울였던가 자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술관은 사회에서 누구의 이웃일 수 있을까요? 무척 어려운 질문입니다. 백남준아트센터는 한정된 자원으로나마 지역민과 세계인에게 똑같은 노력을 기울이고자 늘 애쓰지만, 한편에서는 밖으로만 향한다고 나무라시고, 다른 한편에서는 작가의 국제적 위상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쓴소리를 하십니다. 어떻게 더 노력해야 하는지 길을 찾고 싶습니다. 고민이 한층 깊어질 무렵, 아르코미술관의 임근혜 관장님, 아트선재센터의 김해주 부관장님이 제안을 건네셨습니다. 무더위에 지쳐 걷던 중에 시원한 소나기를 만난 것 같았습니다. 각자 다른 성격의 미술관을 꾸려 가고 있지만 길게 말하지 않아도 서로 공감하였고 뜻을 모은 지 두 달 만에, 그 흔한 협약서 한 장 없이, ‘다정한 이웃’이라는 소박하지만 흥미로운 프로젝트가 모습을 갖췄습니다. 미술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세 미술관의 큐레이터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서로를 존중하며 맞춰 나가는 과정을 보면서 우리가 이미 서로의 든든한 이웃이었음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미처 말을 걸지 못했던 또 다른 이웃들에게 우리 미술관들이 다정하게 다가갈 수 있는 용기를 얻습니다.
2021년 8월
부푼 기대를 안고,
백남준아트센터 김성은 드림
August 2021
Dear All,
I am writing this letter on a blazing August weekend. The pandemic is rearing its head once again, and perhaps because of this, the heat and humidity feel weighing all the more heavily. During the unprecedented pandemic, art museums have struggled so hard to survive. Like other members of society, those working for museums had to experience hardships and took pains to fulfill the supposed role of the museum. Nevertheless, amidst the urgent priorities of the social crisis, museums were too often put on the back burner, and sometimes their fundamental activities were even denied. Some insisted that the online museum would be the only answer, and others declared that there would be no more museums as physical places to visit to see exhibitions. While it is said that the vital role of art consists in comforting people in times of disaster, museum people working for that art have felt hurt and distressed on the contrary.
Looking into these wounds, I could not help reflecting on whether we as museums had made sufficient effort to get close to more diverse people. Whose neighbor museums can be in society? This is quite a difficult question. Nam June Paik Art Center always strives to pay attention equally to the local and the global, if with limited resources, but we are often criticized, on the one hand, for not serving local communities enough, and on the other, for not according with the artist’s international status enough. We are now more desperate than ever to find a way where we could do more and better. When these anxieties were getting deeper, Jade Keunhye Lim and Haeju Kim offered me a proposal. It was like a cold shower for me when tired of the sweltering heat. Responsible for different types of museum, three of us found ourselves having a genuine empathy without much explanation. And within less than two months of gathering, an exciting project titled Kind Neighbors took shape. In so doing, curators from the three museums expressed their opinions freely, trying to be attuned to each another respectfully. I realize that we have already been reliable neighbors to one other in the art ecosystem. I believe this will encourage our museums to friendly walk toward another neighbor whom we could not talk to before.
With great enthusiasm,
Seong Eun Kim, Nam June Paik Art Center
지난 한 해는 매일의 일상에 대해서 그리고 미술을 둘러싼 우리의 일에 대해서 계속 자문하게 되는 시간들이었던 것 같아요. 아직도 그 긴 터널 속에 있는 상황이고요. 팬데믹 이후 나라 간 이동이 줄고, 사람들 간의 갈등도 심해지고, 바이러스가 경제적, 사회적 불균형의 약한 고리를 타고 퍼져가는 뉴스를 여전히 듣고 있습니다. 일상조차 갑자기 정지될 수도 있는 상황을 겪으며 미술관이 기존의 방식 그대로를 고수하며 활동해도 괜찮을지 계속 생각해 보게 되었던 것 같아요. 미술관이 전시와 활동을 통해 던지는 말과 질문이 현실과 멀어지거나 모순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구체적으로 어떠한 방법론을 적용해야 할지는 늘 고민입니다. 내용의 차원뿐 아니라 미술관의 조직과 일의 방식에 있어서도요.
지난 한 해 여러 미술관들이 온라인 플랫폼이나 프로그램을 확장하며 나름 팬데믹에 대처하는 과정을 겪어 왔는데요. 동시에 온라인 전시의 유효성에 대한 질문도 커지고 미적 경험의 장소로서 미술관은 이제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가도 생각해 보게 되었던 것 같아요. 팬데믹은 우리가 모두 신체적, 사회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부각하였고, 덕분에 우리의 이웃에 대해, 포용적인 미술관에 대해 그려보게 되었던 것 같아요. 두 분과 같은 고민과 공감을 나눌 수 있어서 무척 기뻤습니다. 포용의 대상을 외부에서 찾기 전에 서로의 미술관에 먼저 문을 열어준 것은 무척 반갑고 고무적인 일이었어요. 각자가 고군분투하는 대신 함께 생각을 나누고, 세 미술관의 구성원들이 만나 의견을 나누는 이 과정이 무척 즐겁고 또 신선합니다!
2021년 8월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담아,
아트선재센터 김해주 드림
August 2021
Dear All,
As you know too well, last year was a time for us to ask ourselves repeatedly about our daily lives and about what we had been and were doing in relation to art. We are still stuck in that long tunnel. We still hear the news that since the outbreak of the pandemic, the international mobility has decreased, that conflicts between people have deepened, or that the virus is spreading through the weakest links and blind spots of social and economic systems. Under the circumstances that even our ordinary everyday lives could suddenly stop at any moment, we were all made to reflect upon whether it would be okay that art museums would continue to work as it had in the past. My ardent wish is that the museum’s words and questions made through exhibitions and projects would not be distanced from or conflict with realities, but it is always quite challenging to decide which methodologies to apply not only in its content but also in its organization and ways of working.
Over the last year, museums developed a lot of online platforms and programs in coping with the pandemic in their own ways. It seems this brought up the subsequent questions about the validity of online exhibitions and as to what the museum as a place for aesthetic experiences should consider in the future. The pandemic demonstrated that we are all connected both physically and socially, which has led us to think about who our neighbors are and to envisage a new form of inclusive museums. So I was very delighted to share the same concerns and sympathy with you two, Jade Keunhye Lim and Seong Eun Kim. I felt it pleasing and inspiring to open the door first to each other’s museum before looking outside for those we should embrace. Rather than struggling in isolation, we came to meet one another, share thoughts, and exchange opinions from three different museums. What an enjoyable and refreshing experience!
With appreciation and respect,
Haeju Kim, Art Sonje Center
각자 앞만 보고 달리다가 무너진 터널 속에 갇혀 방향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서로를 마주할 여유가 생기다니, 참으로 역설적이군요. 사실 ‘사회적 전환기에 처한 미술관의 새로운 변화 모색’이라는 대의 명분을 앞세워 공동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싶지만, 이보다 더 결정적인 계기는 코로나19로 장기화된 미술관 폐쇄와 관람 제한이 가져다 준 위기감이었다고 고백하고 싶어요. 우리 삶의 터전인 미술관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함께 나눌 수 있는 것도 위로가 됐지만, 이 불가피한 상황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서는 각개 전투보다 연대의 힘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우리를 한 자리에 불러 모은 것이지요.
저와 아르코미술관의 관심사는 팬데믹 상황에서 예술과 공동체의 관계를 재설정하고 이를 매개하는 미술관의 새로운 방법론을 개진하는 것이었는데, 매주 이어지는 세 기관 간의 줌 회의를 통해 예술의 존재론적 고민부터 제도적 환경에 대한 비판 그리고 새로운 기술 매체로 인한 예술 창작과 소통의 변화 등 다양한 주제를 논의하면서 많은 자극과 영감을 받았답니다. 미술관 제도와 국경의 안과 밖에서 우리와 같은 고민을 나누고 있는 많은 분들이 다정한 이웃이 되어 함께 열린 대화를 이어가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그리는 미래의 지도가 같은 목적지를 향한 하나의 길이 아니기에, 경쟁하거나 우열을 다투기 보다 서로 존중하며 배울 점을 찾게 된 것 같습니다. 우리의 지도는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하는 공간이니까요. 험한 세상에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감과 여럿이 지혜를 모으면 길을 찾으리라는 희망, 그리고 함께 걸어가면 길이 만들어진다는 자신감이 조금씩 생겨납니다. 팬데믹이라는 어둡고 긴 터널을 관통하는 시기에 다정하게 손을 잡아주신 이웃들에게, 그리고 앞으로 이웃이 되어주실 모든 분들께 사랑과 우정을 전합니다.
2021년 8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앞둔 어느 여름날,
아르코미술관 임근혜 드림
August 2021
Dear All,
Pretty ironically, we found time to sit down face to face at last after we, only having rushed forward alone, got trapped in the collapsed tunnel and lost orientation completely. To tell the truth, I felt more inclined to introduce our joint project in the name of “searching for a change in art museums in a period of social transition.” Still, I also want to confess that the sense of crisis caused by the prolonged closure of and restrictions on museums due to the covid-19 pandemic was far more crucial for me. Needless to say, it was comforting for me to share our deep concern that museums, the very ground of our life, might disappear one day, but I think what indeed called us together was the consensus that we needed the power of solidarity, rather than individual struggles, to get through this unavoidable situation.
ARKO Art Center and I were interested in reestablishing the relationships between art and community in the pandemic situation and working out a new museological methodology to mediate them. From the weekly Zoom meetings among the three institutions, I got a lot of stimulation and inspiration. We discussed various issues such as the ontological question about art, criticism about the institutional environment, and the changes in artistic creation and communication caused by new technological media. I wish those who have the same concerns in and outside of art, the institution, and the national border,would become Kind Neighbors to continue open conversations together.
Because the future maps we are drawing do not indicate a single road toward the same destination, we could respect and look for things to learn from the others, rather than competing or vying. Our maps are a space where there are various choices. Little by little, I am starting to feel the sense of relief that I am not alone in this troubled world, see the hope that shared wisdom will find its way, and build the confidence that when we walk together, we can make a way. I would like to send love and friendship to all our neighbors who friendly take my hands in this period when we all are passing through the long and dark tunnel of the pandemic and those who will be neighbors in the future.
On one summer day before my covid-19 vaccination,
Jade Keunhye Lim, ARKO Art Center
한껏 뜨거운 8월 어느 주말에 이 편지를 씁니다. 팬데믹이 다시 기승을 떨치고 있어서인지 온몸을 휘감는 열기와 습기가 유난히 무겁게 느껴집니다. 작년 초 시작된 전례 없는 팬데믹의 시간 속에서 미술관들은 참 고군분투했습니다. 다른 사회 구성원들 못지 않게 미술관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어려움을 겪었고 그러한 가운데서도 미술관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지요. 그런데도 절박한 사회적 위기 속에서 미술관은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였고, 미술관의 근본이 되는 여러 활동들이 부정당하기도 했습니다. 누군가는 온라인 미술관이 정답인 것처럼 종용했으며, 또 누군가는 이제 전시를 보러 발걸음하는 미술관은 아예 없어질 것이라고 단정 짓기도 했습니다. 재난의 시대에 지친 마음들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것이 예술이라고들 하는데, 정작 그 예술을 위해 일하는 미술관 사람들의 마음에는 많은 생채기가 났습니다.
저는 그 상처들을 들여다보면서 동시에 우리는 미술관으로서 보다 다양한 이들에게 다가가고자 충분한 노력을 기울였던가 자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술관은 사회에서 누구의 이웃일 수 있을까요? 무척 어려운 질문입니다. 백남준아트센터는 한정된 자원으로나마 지역민과 세계인에게 똑같은 노력을 기울이고자 늘 애쓰지만, 한편에서는 밖으로만 향한다고 나무라시고, 다른 한편에서는 작가의 국제적 위상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쓴소리를 하십니다. 어떻게 더 노력해야 하는지 길을 찾고 싶습니다. 고민이 한층 깊어질 무렵, 아르코미술관의 임근혜 관장님, 아트선재센터의 김해주 부관장님이 제안을 건네셨습니다. 무더위에 지쳐 걷던 중에 시원한 소나기를 만난 것 같았습니다. 각자 다른 성격의 미술관을 꾸려 가고 있지만 길게 말하지 않아도 서로 공감하였고 뜻을 모은 지 두 달 만에, 그 흔한 협약서 한 장 없이, ‘다정한 이웃’이라는 소박하지만 흥미로운 프로젝트가 모습을 갖췄습니다. 미술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세 미술관의 큐레이터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서로를 존중하며 맞춰 나가는 과정을 보면서 우리가 이미 서로의 든든한 이웃이었음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미처 말을 걸지 못했던 또 다른 이웃들에게 우리 미술관들이 다정하게 다가갈 수 있는 용기를 얻습니다.
2021년 8월
부푼 기대를 안고,
백남준아트센터 김성은 드림
August 2021
Dear All,
I am writing this letter on a blazing August weekend. The pandemic is rearing its head once again, and perhaps because of this, the heat and humidity feel weighing all the more heavily. During the unprecedented pandemic, art museums have struggled so hard to survive. Like other members of society, those working for museums had to experience hardships and took pains to fulfill the supposed role of the museum. Nevertheless, amidst the urgent priorities of the social crisis, museums were too often put on the back burner, and sometimes their fundamental activities were even denied. Some insisted that the online museum would be the only answer, and others declared that there would be no more museums as physical places to visit to see exhibitions. While it is said that the vital role of art consists in comforting people in times of disaster, museum people working for that art have felt hurt and distressed on the contrary.
Looking into these wounds, I could not help reflecting on whether we as museums had made sufficient effort to get close to more diverse people. Whose neighbor museums can be in society? This is quite a difficult question. Nam June Paik Art Center always strives to pay attention equally to the local and the global, if with limited resources, but we are often criticized, on the one hand, for not serving local communities enough, and on the other, for not according with the artist’s international status enough. We are now more desperate than ever to find a way where we could do more and better. When these anxieties were getting deeper, Jade Keunhye Lim and Haeju Kim offered me a proposal. It was like a cold shower for me when tired of the sweltering heat. Responsible for different types of museum, three of us found ourselves having a genuine empathy without much explanation. And within less than two months of gathering, an exciting project titled Kind Neighbors took shape. In so doing, curators from the three museums expressed their opinions freely, trying to be attuned to each another respectfully. I realize that we have already been reliable neighbors to one other in the art ecosystem. I believe this will encourage our museums to friendly walk toward another neighbor whom we could not talk to before.
With great enthusiasm,
Seong Eun Kim, Nam June Paik Art Center
지난 한 해는 매일의 일상에 대해서 그리고 미술을 둘러싼 우리의 일에 대해서 계속 자문하게 되는 시간들이었던 것 같아요. 아직도 그 긴 터널 속에 있는 상황이고요. 팬데믹 이후 나라 간 이동이 줄고, 사람들 간의 갈등도 심해지고, 바이러스가 경제적, 사회적 불균형의 약한 고리를 타고 퍼져가는 뉴스를 여전히 듣고 있습니다. 일상조차 갑자기 정지될 수도 있는 상황을 겪으며 미술관이 기존의 방식 그대로를 고수하며 활동해도 괜찮을지 계속 생각해 보게 되었던 것 같아요. 미술관이 전시와 활동을 통해 던지는 말과 질문이 현실과 멀어지거나 모순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구체적으로 어떠한 방법론을 적용해야 할지는 늘 고민입니다. 내용의 차원뿐 아니라 미술관의 조직과 일의 방식에 있어서도요.
지난 한 해 여러 미술관들이 온라인 플랫폼이나 프로그램을 확장하며 나름 팬데믹에 대처하는 과정을 겪어 왔는데요. 동시에 온라인 전시의 유효성에 대한 질문도 커지고 미적 경험의 장소로서 미술관은 이제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가도 생각해 보게 되었던 것 같아요. 팬데믹은 우리가 모두 신체적, 사회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부각하였고, 덕분에 우리의 이웃에 대해, 포용적인 미술관에 대해 그려보게 되었던 것 같아요. 두 분과 같은 고민과 공감을 나눌 수 있어서 무척 기뻤습니다. 포용의 대상을 외부에서 찾기 전에 서로의 미술관에 먼저 문을 열어준 것은 무척 반갑고 고무적인 일이었어요. 각자가 고군분투하는 대신 함께 생각을 나누고, 세 미술관의 구성원들이 만나 의견을 나누는 이 과정이 무척 즐겁고 또 신선합니다!
2021년 8월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담아,
아트선재센터 김해주 드림
August 2021
Dear All,
As you know too well, last year was a time for us to ask ourselves repeatedly about our daily lives and about what we had been and were doing in relation to art. We are still stuck in that long tunnel. We still hear the news that since the outbreak of the pandemic, the international mobility has decreased, that conflicts between people have deepened, or that the virus is spreading through the weakest links and blind spots of social and economic systems. Under the circumstances that even our ordinary everyday lives could suddenly stop at any moment, we were all made to reflect upon whether it would be okay that art museums would continue to work as it had in the past. My ardent wish is that the museum’s words and questions made through exhibitions and projects would not be distanced from or conflict with realities, but it is always quite challenging to decide which methodologies to apply not only in its content but also in its organization and ways of working.
Over the last year, museums developed a lot of online platforms and programs in coping with the pandemic in their own ways. It seems this brought up the subsequent questions about the validity of online exhibitions and as to what the museum as a place for aesthetic experiences should consider in the future. The pandemic demonstrated that we are all connected both physically and socially, which has led us to think about who our neighbors are and to envisage a new form of inclusive museums. So I was very delighted to share the same concerns and sympathy with you two, Jade Keunhye Lim and Seong Eun Kim. I felt it pleasing and inspiring to open the door first to each other’s museum before looking outside for those we should embrace. Rather than struggling in isolation, we came to meet one another, share thoughts, and exchange opinions from three different museums. What an enjoyable and refreshing experience!
With appreciation and respect,
Haeju Kim, Art Sonje Center
각자 앞만 보고 달리다가 무너진 터널 속에 갇혀 방향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서로를 마주할 여유가 생기다니, 참으로 역설적이군요. 사실 ‘사회적 전환기에 처한 미술관의 새로운 변화 모색’이라는 대의 명분을 앞세워 공동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싶지만, 이보다 더 결정적인 계기는 코로나19로 장기화된 미술관 폐쇄와 관람 제한이 가져다 준 위기감이었다고 고백하고 싶어요. 우리 삶의 터전인 미술관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함께 나눌 수 있는 것도 위로가 됐지만, 이 불가피한 상황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서는 각개 전투보다 연대의 힘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우리를 한 자리에 불러 모은 것이지요.
저와 아르코미술관의 관심사는 팬데믹 상황에서 예술과 공동체의 관계를 재설정하고 이를 매개하는 미술관의 새로운 방법론을 개진하는 것이었는데, 매주 이어지는 세 기관 간의 줌 회의를 통해 예술의 존재론적 고민부터 제도적 환경에 대한 비판 그리고 새로운 기술 매체로 인한 예술 창작과 소통의 변화 등 다양한 주제를 논의하면서 많은 자극과 영감을 받았답니다. 미술관 제도와 국경의 안과 밖에서 우리와 같은 고민을 나누고 있는 많은 분들이 다정한 이웃이 되어 함께 열린 대화를 이어가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그리는 미래의 지도가 같은 목적지를 향한 하나의 길이 아니기에, 경쟁하거나 우열을 다투기 보다 서로 존중하며 배울 점을 찾게 된 것 같습니다. 우리의 지도는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하는 공간이니까요. 험한 세상에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감과 여럿이 지혜를 모으면 길을 찾으리라는 희망, 그리고 함께 걸어가면 길이 만들어진다는 자신감이 조금씩 생겨납니다. 팬데믹이라는 어둡고 긴 터널을 관통하는 시기에 다정하게 손을 잡아주신 이웃들에게, 그리고 앞으로 이웃이 되어주실 모든 분들께 사랑과 우정을 전합니다.
2021년 8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앞둔 어느 여름날,
아르코미술관 임근혜 드림
August 2021
Dear All,
Pretty ironically, we found time to sit down face to face at last after we, only having rushed forward alone, got trapped in the collapsed tunnel and lost orientation completely. To tell the truth, I felt more inclined to introduce our joint project in the name of “searching for a change in art museums in a period of social transition.” Still, I also want to confess that the sense of crisis caused by the prolonged closure of and restrictions on museums due to the covid-19 pandemic was far more crucial for me. Needless to say, it was comforting for me to share our deep concern that museums, the very ground of our life, might disappear one day, but I think what indeed called us together was the consensus that we needed the power of solidarity, rather than individual struggles, to get through this unavoidable situation.
ARKO Art Center and I were interested in reestablishing the relationships between art and community in the pandemic situation and working out a new museological methodology to mediate them. From the weekly Zoom meetings among the three institutions, I got a lot of stimulation and inspiration. We discussed various issues such as the ontological question about art, criticism about the institutional environment, and the changes in artistic creation and communication caused by new technological media. I wish those who have the same concerns in and outside of art, the institution, and the national border,would become Kind Neighbors to continue open conversations together.
Because the future maps we are drawing do not indicate a single road toward the same destination, we could respect and look for things to learn from the others, rather than competing or vying. Our maps are a space where there are various choices. Little by little, I am starting to feel the sense of relief that I am not alone in this troubled world, see the hope that shared wisdom will find its way, and build the confidence that when we walk together, we can make a way. I would like to send love and friendship to all our neighbors who friendly take my hands in this period when we all are passing through the long and dark tunnel of the pandemic and those who will be neighbors in the future.
On one summer day before my covid-19 vaccination,
Jade Keunhye Lim, ARKO Art Center